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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동네 여행 / 근교<나가토로> 당일치기 피서여행​

by 우동사리 일본사리 2020. 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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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동네 여행

도쿄 근교

'나가토로'

당일치기 피서여행

더운 날들이 계속되고

태풍 소식까지 더해셔

습도까지 더운 나날들

매번 휴일을 딱히 이렇다 할

특별함이 없이 보내던 우리도

여름 다운 피서지 구경을 가보기로 했다

사진으로 봤을 때 강도 있고

계곡도 있고 빙수도 있었던

그곳은 나가토로 지역

도쿄 근교 사이타마현에 포함된 곳이다

시골이라 자동차 없이는

전철을 2-3번 갈아타야 한다

그렇게 힘들게 가도

환상적인 공간이 펼쳐지거나

하는 곳은 아니지만

가는 길에서

밥을 먹으면서

산책을 하면서

계곡에 앉아서

어디서나 생각에 빠지기

쉬웠던 곳이었던 것 같다


도쿄와 불과 30분 정도 떨어진 곳인데

이렇게 조용하고 한산했다

첫 번째로 갈아탄 전철

기차 좌석 같은 모습이었다

 


그리고 내린 곳은

쿠마가야역

여기서 또 갈아타야 한다

일단 나가서

치치부 라인으로

가는 길

아래 사진에 보이는

빨간 화살표 방향이다

그곳에 가면 교통카드는 사용할 수 없고

표를 따고 구매해야 한다

다만 열차 간격이

꽤 있으니 시간에 맞춰 가는 게 제일 좋지만

놓치더라도 다음 기차를 기다리면 되고

다행히 서점과 스타벅스도 바로 앞에 있었다

나가토로는 760엔

그리고 아래에

돈을 먼저 넣고

760엔을 선택하면 구매 끝

들어갈 때

표를 따로 넣거나 하는 기계는 없고

개찰구 승무원에게 보여주고 들어가면 된다

  •  

 

우리는 바로 앞에 있던 열차를 놓쳐

서점에서 40분 정도 시간을 보냈다

생각보다 금방이었다

나가토로로 가려면

6번 승차 홈에서 탑승

도착한 열차는

보기에도 오래된 열차

안에는 선풍기가 돌아가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더워서 끈적끈적한 채로

1시간을 달렸다

내가 과연 슈헤이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이름도 모를 곳을 향해 가면서

선풍기 달린 열차 안에서 땀을 흘리며

책을 읽을 일이 있을까?

내 인생에서 다른 사람 인생에서도

이 같은 일인 벌어질 수 있는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요즘엔 평생을 알지 못했던 공간에

닿을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하곤 한다

난 어찌해서 이곳까지 오게 된 걸까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여기까지

  •  

 

 


그리고 2시간여 열차를 타고

드디어 도착한 나가토로역

출구를 따라 나가서

거기에 있는 역무원에게

표를 건네주면 된다

나가토로역 바로 앞 관광소

여러 관광 정보를 얻어 갈 수 있다

레저를 즐길 수 있는 몇 가지가 있었고

자전거나 작은 전기 자동차를

빌려서 돌아다닐 수 있다

일단은 밥을 먹고 생각해보기로

구름이 잔뜩 낀 날씨에도

놀러 온 차량이 많았다

생각보다 훨씬 한적하고

또 생각했던 것보다 사람이 많았던 곳

나는 대체 어떤 생각으로 온건지..

 


물이 맑은 곳엔

언제나 소바가 유명하다

역 앞에 몇 군데 있던 소바 집들

가장 깔끔해 보이는 곳으로 들어갔다

타지마

라는 소바 가게

튀김 소바와 야채 튀김 소바를 주문했다

면은 우동이나 소바 선택이 가능했다

수북이 쌓여 나온 튀김들

어떤 걸 튀겼을까 골라가며

먹는 재미가 있다

쌓여진 튀김의 높이만큼

정말 다양한 야채와 재료들이

튀겨져 나왔다

신발을 튀겨도 맛있다는

얘기가 이해가 갈 만큼 다양한 재료들

하지만

양이 많아서인지 계속 먹다 보니

기름맛에 질리는 감이 있었다 (ㅜㅜ)

그래도 배부르게 맛있는 한 끼

 


어딜 가볼까 고민하다

강이 흐르는 계곡으로 일단 정했다

나가토로는 빙수로 유명한 듯했는데

관광 지도에도 빙수 가게들이

표시되어 있었다

소바를 먹었던 곳에서

선로를 건너 계곡으로 가는 길

일단 배가 부르니까

빙수는 조금만 걷다가 생각해보자

길을 따라 줄줄이 빙수집이 이어지다가

나온 오이, 일본에서 자주 보이는

오이 꼬치

이와 다다미 방향으로 간다

살짝 구부러진 길 사이로 뭔가

보이는 듯했다

계곡이 시원하게 흐르고 있었고

배를 타고 한 바퀴 둘러보는 사람들과

뒷생각은 안 하고 물에 뛰어든 아이들

연인들 가족들 친구들

여러 단위의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계곡은 늘 갑자기 깊어지니까

조심조심해가며 물에 들어갔다

바로 한 두보 앞은 깊이를 알 수 없을 만큼

물색이 짙어 보였다

그나저나 물에 발 조금 담갔을 뿐인데

몸의 열기가 머리로 빠져나가는 기분

 

배 타는 사람들

갈아입을 옷이 없어 레저는 포기했다

강가에서 실컷 구경하고 난 뒤

한 정거장 정도 떨어진 곳에

가보고 싶은 카페가 있어 산책 겸

걸어가 보기로 했다

철로를 따라 걷다

저 멀리 케이블카를 보았다

숲과 대나무 숲과 또 숲

길어진 산책길에

슈헤이는 또 땀을 비 오듯 흘렸다

아참 키위도 보았다

키위는 덩굴 식물이었네


1시간쯤 걸었나

있긴 있을까 싶었던 카페의

간판이 보였다

나가토로보다 카미나가토로 역에서

더 가까운 카페이다

'하고 있어요'라고 적혀있던 작은 간판

내 생각을 읽었던 걸까

PNB-1253

1253-1 Shimotano, Minano, Chichibu District, Saitama 369-1413 일본

book & cafe gallery

PNB1253

문을 열면 작은 갤러리 공간이 있고

조금 더 안에 들어가면

작은 테이블들이 조금씩 놓인

카페가 있었다

디저트 겸 간단한 식사 메뉴로

갈레트를 판매하고 있고

물로 커피도 있었다

읽을 수 있을 만큼 읽어보자면

왼쪽 페이지

100% 소바 가루로 만든 갈레트

-반숙 계란과 샤크 시나(배추의 일종)

+ 갈레트 구류이에루치즈

-부슈 지역의 돼지고기와 숄더햄 갈레트

+구류이에루치즈,반숙계란

-BLTC 갈레트 :토마토1개를 넣고

부슈 지역 돼지 햄, 양상추, 구류 이에 후치즈, 크림치즈

-계절 갈레트

계절에 따라 달라지고 칠판을 보세요

왼쪽 페이지 시오(소금) 카라멜 갈레트

오른쪽 페이지

- 시오(소금)카라멜갈레트

+자가제조카라멘과 천연소금

-꿀 갈레트

+천연아카시아꿀

-초코칩 갈레트

+공정무역 초코 소스

-크림치즈 갈레트

+잼 꿀 레몬 OR오디

커피메뉴

PNB 오리지널 블렌드

브라질(마일드한 대지의 맛)

멕시코 (쓴맛이 있는 태양의 맛)

에콰도르 (부드러운 산미)

카페티

에스프레소

아이스커피

아이스 라테

우리는 초코칩 갈레트와

아이스커피와 아이스 라테를 주문했다

햇빛과 숲의 경치가 예쁘게 담겨있던 창문과

쌓여지고 꽂혀져 있던 많은 책들

그리고 액자 하나, 조명 하나

다 눈과 카메라에 담고 내고 싶었던 곳

바로 앞의 마당에는

개도 고양이도 아닌 염소가

 

 

1시간 정도 걸었던 여정에서의

땀과 피로를 풀어준 달달한 갈레트와

아이스커피

새삼 공간에서 전해지는 따뜻함과

아늑함, 편안함, 휴식, 여유, 나른함, 생각의 속도

맘과 몸은 느슨해졌지만

생각은 작은 감각 하나까지

민감하게 살아나는 느낌이었다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카페에서 조금이라도 더 가까운

'카미나가토로' 역에서 출발했다

다시 쿠마가야까지

가는 표를 끊었다

 

주의할 점은

표를 끊고 들어가 건너편에서

열차를 타야 한다

다시 더운 열차를 타고 돌아갈 생각에

우울했던 우리는 예상보다

시원했던 게다가 제대로 에어컨도

작동해주었던 열차에 감동했다

  •  


이 뒤로 두 번 더 갈아탄 뒤

집에 도착했다

처음에 이름도 제대로 기억 못 했던

여행지 롤 가는 동안 읽고 있던 책은

여행에 관한 책이었다

여행지에서 더 머물까 말까 고민했던 작가를

한 달 더 그곳에 붙잡게 한 말은

'한 달쯤 더 여기 있는다고

별일 생기지 않더라고, 생각보다'

라는 말이었다

내 인생은 불안하고

보이지 않는 미래, 뻔한 하루들로

채워져 있었지만

하루 비웠다고 내 삶이 멈추지도

무너지지도 않았고 하다못해

더위로 쓰러지지도 않고

다시 복귀하듯 돌아왔다

일상으로의 복귀

나선 길의 발자국을 그대로 밟고 돌아온 것 같은

너무 허무한 듯한 말이다

분명 나는 이런저런 생각으로

채워서 돌아왔는데

다음날 일어나 보면

여전한 듯해 조금 슬퍼졌다

저 작가의 말처럼

여행지에서 한 달 더 머물러도

생각보다 별일이 없지만

내 내면에 있어서도 딱히

이렇다 할 별일이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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